기민성이 있는 사람은 몸이 유연하고 활동적이며 움직임을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반응 속도가 빠르다. 실제 싸움이 아닌 형태만 갖춘 싸움 장면도 눈치가 빠르고 동작이 날쌘 사람만 가능하다. 무대에서 얼마나 부드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느냐는 배우의 몸이 얼마나 유연하며 활동적인가로 가늠할 수 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유연함과 활동성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경험이 많은 배우는 부족한 점을 숨길 줄 아는 또 다른 기민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배우라면 보편적으로 필요한 기민함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무대에서의 이동이다. 기계나 계단 등이 설치되어 있는 무대에서는 항상 독특한 소리가 나는데 관객은 이 소리를 돌계단, 다리, 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배우가 이동할 때 나는 쿵쿵 소리는 무대 배경이 만드는 효과를 소멸시킨다. 그래서 무대에서 소리 없이 이동하는 것 또한 배우에게는 특정한 기술이 된다.
조정이란 신체 동작 연기를 위해 필요한 움직임들을 논리적이고 순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또 이런 움직임들을 실행할 때는 순서에 따라 필요한 동작의 속도와 크기에 맞춰 올바른 근육의 작용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6m 거리를 동일한 속도로 12초에 걸어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속도를 계산하여 보폭의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시간과 거리가 달라지면 동작 속도도 변하고 이 속도에 따라 보폭의 크기도 바뀐다. 보통 이미 익숙한 동작들은 무의식적으로 조정이 된다. 하지만 이때 동작을 의식하면서 자동적인 동작이 일어나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바꾸려면 하루에도 수천 번 반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는 그 동작을 완벽하게 기억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배우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면서 이전에는 경함한 적 없는 새로운 상황 속 움직임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신체를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움직임을 내적으로 느끼는 방법으로서만 외적 움직임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기민한 외적 움직임을 실행하기에 앞서 그 이전에 상황을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빠른 반응은 변화하는 일상의 상황에서 행동할 때 나타난다. 이것은 먼저 주어진 순간에 발생하는 변화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둘째로 필요한 동작을 즉시 결정하고, 끝으로 결정을 동작으로 즉각 실행하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간혹 건강하고 힘이 센 사람도 반사적으로 동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수동적인 동작을 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힘과 활달성, 신축성, 속도, 고도를 모두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동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기민성과 연결된다. 기민성이 없으면 필요한 움직임에 한발 늦은 반응을 하고, 빠른 반응을 취하더라도 조정 능력이 나쁘면 올바른 동작을 할 수 없다. 배우는 파트너의 동작에 바로 반응해야 하는데 이 동작들은 늘 동일할 수 없다. 하지만 작가와 연출이 제시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도 기민성을 갖는다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재빠르게 동작을 분석해 쉽게 신체 행동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신체 동작을 변화기켜보면서 지속적으로 다듬고 구체화한다면 이후의 연습이나 연극에서 모든 미세한 변화에도 적절한 동작 적용이 가능하며, 보다 자유롭고 올바른 동작을 표현할 수 있다.
동작이 크고 속도가 빠른 연기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타성은 중요한 요소다. 기민성 때문에 어떤 타성은 생겨나고 다른 타성은 필요에 따라 소멸한다. 타성은 필요에 따라 쉽게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우는 타성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에서 신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타성을 통제하며 몸의 무게 중심을 잘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움직이는 사람의 무게 중심은 계속해서 변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무게 중심의 근원지를 쉽게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자세와 움직임은 몸의 무게 중심이 몸 바깥 쪽에 있는 경우도있다. 신체 무게 중심은 순수하게 수학적인 크기다. 보통, 사람들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필요 이상으로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임의 속도는 아무리 서두르더라도 항상 주어진 공간의 크기에 따라 무의식적인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 공간은 제한적인 공간이 되면 안 되며, 머리 속의 무대 공간은 항상 무대 뒤까지 연장되어 었어야 한다. 제한적인 공간에서도 마치 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배우의 기민적 특성이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순식간에 타성을 없애거나 갑자기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신체에 가중되는 타성을 언제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이 자질은 영화나 텔레비전 연기를 할 때 특히 필요하다. 영상에서는 카메라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할 경우 배우가 활용하는 공간은 매우 작아진다. 움직임을 크게 하면 배우가 장면 밖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배우는 앵글의 특성에 맞춰 자신의 타성을 다스리며 상황에 맞는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배우의 공간 감각은 무대의 크기와 구조를 인지하여 상황에 적절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데, 이 과정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연스러운 위치 배정과 이동, 동작 표현은 작품과 일치하는 연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이것은 기계, 장식, 의상, 조명 등 모든 무대 장치를 고려해 움직여야 하기에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기민성은 이러게 다각도로 발생하는 과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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