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무대에서 관객이 모두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때 동작은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이 보여야 하므로 작은 동작일수록 더 느리게 연기한다. 손가락 놀림 등 작은 동작들은 관객이 주의를 잘 끌지 못하기 때문에 동작을 빨리 하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현대 연극에서조차 빠른 동작보다 느린 동작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빠른 행동보다 느린 신체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연기 시간이 배당되는데, 연극과 영화에서 배우는 다음과 같은 느린 동작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1. 무대에서 일상행활 동작을 연속적으로 연기하면서 무대 공간을 매우 느리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2. 동작의 속도를 느리게 해서 정지하기, 순간적으로 동작을 정지하기, 움직이지 않고 서 있기가 가능해야 한다.
3. 동작을 단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4. 느린 속도의 이동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느린 속도로 하는 동작은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퐁부하다. 느린 동작을 통해 배우는 주의, 두려움, 게으름, 병든 상태, 생각하는 상태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인내력은 사람이 휴식 시간을 적게 가지며 연속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이 힘들수록 쉴 수 있는 시간은 더 짧고, 그럴수록 더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대 연기에 필요한 인내력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다. 햄릿의 역을 맡았던 한 배우를 예로 들어보자. 햄릿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총 90~100분 정도를 무대 위에 있었다. 이것은 일반인의 업무 시간보다 네 배 이상 적은 비교적 짧은 시간이므로 각 장과 막으로 쪼개져 진행되는 연극의 특성상 큰 인내심이 없어도 괜찮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극의 첫 부분을 잘 연기한 그는 3막 초에서 많은 양의 대사를 걸어다니며 소화하느라 이미 지쳐버렸고 이후에 연기할 힘이 없었다. 관객에게는 단순히 걸어다니면서 대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는 그 순간 엄청난 집중을 요하기에 일반 사람들이 일하며 쏟는 에너지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는 4, 5막을 연기할 때부터 인내력을 발휘해 훌륭하게 연기했다. 특히 큰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필요로 하는 마지막 부분까지 온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그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무대 연기란 관객에게 자신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해 연기로 소통하는 장이다. 배우는 그만큼 무대에서 필요한 요소를 세심히 신경써야 하는데 이때 정신적으로 지치면 능동적으로, 맡은 역을 끝까지 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정신적인 힘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적절하게 써야 하며, 역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온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그래야 연극에 힘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어떤 대본은 간혹 몇 개의 절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육체적인 강인함과 인내력이 필요하며 그 인내력을 통해야서 좋은 동작 연기, 대사, 노래를 할 수 있다. 배우가 피곤하면 결코 동작이 능동적일 수 없고, 무엇보다 목소리의 질이 나빠진다. 영화에서 육체적 인내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촬영을 할 때는 상당히 많은 분량의 더블 촬영을 하고,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오랜 시간에 걸쳐 촬영을 해야 하며 간혹 육체적으로 힘든 의상을 입고 촬영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인내력은 경험과 함께 생기는 것이라 학교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결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배우는 다양한 육체적인 동작을 해야 하기에 언제든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신체 기관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대 연기 양식의 특징은 본문 사이에 담긴 모든 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대 언어와 동작에서 고도로 훈련된 배우만이 해낼 수 있다. 현대의 삶이 가진 특징을 살려 간결한 언어로 쓰인 현대의 극본에서 배우는 극본의 숨은 뜻까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섬세한 언어와 억양, 간결한 동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요즘 배우들은 고대 연극에서부터 현대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한다. 그러므로 현대의 배우는 19세기와 그 이전의 배우에 비해 훨씬 많은 무대동작 기술을 습득할 수밖에 없다. 당당한 태도나 걸음걸이 등 큰 행동 양식에서부터 가장 단순해보이는 생활 움직임과 동작들에 대해서조차 다양한 조건이 따른다. 이런 조건을 소화하여 극에 맞는 인물의 특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인내력 있는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절름발이 역을 의족이 아닌 오래된 목발로 시종일관 연기하는 것, 일본식으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양, 다리를 십자로 내내 꼬고 앉아 있는 것 등 무대 위에서는 인내력을 가지고 소화해야 하는 힘든 장면도 굉장히 많다. 게다가 전통 의상 착용, 의상 부속품의 올바른 사용과 에티켓 등 다양한 삶의 형태에 관한 행동 양식은 무대동작의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이 모두를 소화해야하는 현대의 배우는 강인함과 인내심을 키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자연적으로 본인에게 닥친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적응하려는 특성이 있다. 상황이 변하면 사람의 동작도 변한다. 어떤 두 사람이 자신들의 걸음걸이나 장애물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그들은 갑자기 바로 앞의 웅덩이를 발견하고, 이 장애물이 나타나는 순간 위기를 느끼고 웅덩이를 둘러 돌아간다. 뇌가 이 장애물을 발견하는 순간 반응을 하고 돌아가도록 명령을 내린 것이다. 기민성이란 사람에게 필요한 동작을 제때에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위의 예처럼 순식간에 몸이 반응하는 날쌘 동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무대에서 기민성이란 상황을 재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 후 적절한 신체 동작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기민성이 있는 배우는 인물의 생각이나 추측을 꿰뚫어보고 그것을 무대에서 신체 동작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배우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연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하며 이 동작을 실행하기 위해서 기민한 신체 기관을 준비해야 함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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