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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동작입문

무대동작입문1 #7

by 하린세상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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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랍스키는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이고, 지속적으로 검사가 가능한 주의력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특정 동작을 연습할 때나 연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를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논리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틀린 동작을 연기했을 때, 자신의 주의력과 기억력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에게 바로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명의 예비 무용수가 탄생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혹독한 반복과 점검, 오랜 탐구 과정을 거쳐 서툴렀던 자신의 동작을 마침내 아름다운 동작으로 승화시키는가? 이런 과정을 오랜 기간 거쳐야만 예비 무용수는 비로소 한 작품의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배우의 몸은 그저 도구에 그치는 게 아니다. 배우의 몸은 언어와 정서, 사상을 잘 담은 멋진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배우는 무의식 속에서도 동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여기에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잘못된 습관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매 작품의 역할을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날 수 있다. 냉철한 자기비평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신체 동작은 근육을 수축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신체 동작은 큰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연극에서 역시 큰 힘을 써야 하는 동작은 거의 없고 주로 평상시에 쓰는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 사람의 정상적인 힘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남자는 보통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60~70kg 정도의 무게를 들어 옮길 수 있는 힘을 정상적인 힘으로 간주한다. 무대에 설 때, 힘이 없는 배우는 예술적인 과제를 종종 달성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힘이 없으면 난이도 있는 신체 활용으 물론이고 감정적으로도 액티브한 연기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적고 키가 큰 젊은 배우들에게 이런 결함들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힘이 있는 배우는 전투, 펜싱, 춤, 파트너 몸 옮기기, 점프, 다른 장소로 빨리 이동하기 등 매우 다양한 생활 동작과 무대 기술을 구사할수 있다. 또 상대의 몸을 들어 옮기는 기술을 보다 확신 있게 해낼 수 있으며, 자신을 옮기는 상대 배우를 도울 수도 있다. 거꾸로 배우의 근육이 과잉 발달되어 있으면 다양한 감정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섬세한 움직임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근육이 두껍고 군더더기가 많을수록 긴장은 커지기 때문에 작고 섬세한 동작을 연기하려면 작은 근육층이 필요하다. 근육이 크고 힘이 센 사람은 무겁고 둔하게 느껴지기 쉽다. 특히 비대한 근육을 가진 사람이 가볍고 소리 없이 움직이는 우아한 동작을 표현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 이러한 사람은 작은 손 동작, 목 회전 같은 작은 동작을 하기 힘들다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신체 표현 수단에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과잉으로 발달한 근육질은 동작의 섬세함을 방해할 뿐 아니라 배우의 외적 형태를 망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발달한 근육으로부터 나오는 힘은 무대에서 균형 잡힌 동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한다.

속도는 일정한 시간에 이행한 동작이나 작은 움직임으로 결정된다. 평상시 사람들은  중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상황에 맞추어 속도는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움직임의 속도는 개인적인 특성뿐 아니라 민족, 사회 계층을 반영하는 등 사람이 그 환경에 반응하는 신경시스템을 따른다. 단적인 예로 내가 도시에서 사느냐, 시골에서 사느냐에 따라 내 몸의 속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몸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행동 템포를 조절하며 변화한다. 오늘날 사회 생활의 템포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빨라진 것도 사람의 몸이 산업화와 도시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우는 자신의 역할과 무대에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속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무대에서의 속도는 현실의 속도와 다르다. 특히 극단적으로 느린 동작을 볼 수는 있지만 극단적으로 빠른 속도의 동작은 볼 수 없다. 배우들은 일상생활에 맞는 속도의 동작을 쉽게 연기하지만 때때로 상황에 맞지 않은 느린 동작을 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문제는 배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대동작의 템포는 무대의 현실과 인물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의 정상적인 속도를 계속 지녀야 하면서도 극의 논리적인 진행을 위해 어느 순간에는 속도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 사람을 찌르는 연기를 예로 들어보자. 무대 위에서 칼로 찌르는 동작은 비교적 빠른 동작이 아니다. 이 동작은 칼의 손잡이 잡기, 칼빼기, 치켜 올리기, 찌르기의 세부 동작으로 구성되는데 현실에서 이를 느리게 할 경우 찌르는 힘이 약해지고 상대방이 쉽게 방어할 수 있기에 빠른 동작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가 현실에서와 같은 속도로 상대 배우를 공격하면 관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관객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오히려 배우가 쓰러지는 장면에 놀란다. 따라서 배우는 관객이 동작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무대에서 빠름은 극단적인 속도가 되어서는 안 되며 속도가 빠를수록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속도의 특성을 살려 옛날 영화의 한 컷 속도는 16컷/sec이었다. 매 컷은 화면에 1/16초 동안 머무르고 지나가며, 그것이 모여 연속 동작을 만든다. 이것을 기초로 보면 무대에서도 각 동작의 속도가 1/16초를 초과하면 안 된다. 배우는 경험적으로 관객과 배우의 간격, 조명 등을 고려하여 동작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리고 그 속도는 0.1~0.2 초를 초과하면 안 된다. 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속도로 동작해야 하며 임의 동작이나 제스처를 연기할 때 허용하는 속도를 올바르게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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