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행동을 유발하는 최초의 욕구다. 아직은 외적 행동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적극성이라는 요소를 통해 내적 행동을 외적 행동으로 만들 수 있다. 의지와 적극성은 활동과정에서 표출된다. 의지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적인 활동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의지와 적극성은 배역을 창조하고 연기하는 배우에게 도움을 주며, 전문적인 재능을 키우기 위한 출발선상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건이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지와 적극성은 창조활동에서 자동차의 동력이며 진정한 창작활동과 예술적 완성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예술적으로 한 인물을 구현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재능은 있지만 의지가 부족한 배우는 창조적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잃고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 남보다 약간 재능이 있는 평범한 상태로는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기 어렵다. 그런 경우 깊은 내공을 요구하는 역에는 선택되기 힘들기에 보다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배우의 의지가 부족하면 이상적인 결과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수준의 내적, 외적 기술을 습득할 수 없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배우라도 의지와 적극성이 없다면 연출에 필요한 결과를 내지 못해 해당 역할에서 내쳐지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일까지 생긴다. 하지만 의지를 가진 배우는 작품의 주제를 보여주는 디테일을 철저하게 파악한다. 그는 점차 자신이 맡은 인물의 행동 흐름을 좇아 섬세한 감정을 창조하며 역할에 몰입한다. 게다가 작업 초기에 있었던 해석에만 따르는 위험에 휩쓸리지 않는다.
배우의 활동은 작품의 대본을 읽고 마음이 동하여 배역을 하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이런 의욕은 배역의 과제와 줄거리, 동작에 대한 이미지를 자연스레 창출해낸다. 그 후, 배우에게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이 생기며, 이 목적을 분명히 할수록 의욕은 욕망으로 발전하다. 물론 역할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역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욕망을 갖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이 욕망은 아직 구체적인 동작으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욕망을 스타니슬랍스키가 말한 '내적 동작'으로 전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내적 동작은 목적을 달성하려는 내적 욕구를 가리킨다. 내적 동작은 외적 동작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지만 동작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해서 신체적 동작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배우가 역할을 창조할 때부터 무대 인물 구현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지는 동작의 외적 구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동작의 외적 구현을 위한 배우의 자질은 창의력, 동작에서의 감정 표현, 과감성, 용기 등을 들 수 있다.
창의력은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첫 번째 자질이다. 동작의 유기성을 위해 중요한 것은 연출이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스스로 동작의 논리를 구성해 알맞은 템포와 리듬을 찾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능동적으로 신체 동작을 시작하는 것이다. 개인의 창의력은 자주성과 독립성으로 나타나며 이것은 의지의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자주성과 독립성은 배우가 의식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기초적 동기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배우와 연출 사이에서 하나의 역할을 두고 서로 다른 분석을 하는 등 창작 논쟁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연출과 배우는 서로 간에 근거 있는 설명을 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만약 조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출이 정당한 근거없는 명령을 하거나 요구를 하면 배우는 의지가 꺾이고 예술적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동기 부여가 안 되는 제안 역시 배우가 연기를 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찬가지로 연출과 함께 연기하는 파트너들이 동의 하지 않는 제안을 내놓는 배우도 자신의 제안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왜, 무엇 때문에, 그 연기를 할 것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이에 관해 연출과 항상 이야기를 나누며 극을 완성해 가야 한다.
동작에서 감정 표현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그러므로 감정은 동작의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무대동작은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의지를 표출하는 행동은 필요와 충동으로부터 나타나므로 어느 정도는 선명한 감정적 성격을 띤다. 연출과 배우, 두 사람이 극의 해석이나 인물의 해석에 대해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연기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연기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런 논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만일 배우의 제안이 연출의 뜻과 일치한다면 연출은 구체적인 무대 연기 부분에 있어서 배우에게 자문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해결될 때 예술가는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동작을 통해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게 연기해 낼 수 있다. 이런 동작은 누군가가 강요한 동작이 아니라 배우 자신의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산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확신에 차, 자신감 있게 창조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연출자 역시 연기에 대한 배우의 공감과 확신을 느낄 때, 극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감성은 항상 논리적인 행동을 하는 내적 전제로부터 표출된다. 하지만 과감하게 결정을 한다는 것이 아직 동작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동작을 상상하고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때에도 간혹 분명하게 느껴지던 내적 느낌을 실행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원인은 보통 그에 합당하는 신체를 잘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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