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리듬 느끼기
거리에서 길을 건널 때 사람들은 자동차 움직임의 템포-리듬을 파악하고, 자신의 움직임의 템포-리듬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길을 건널지 아니면 자동차를 먼저 보낼지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시각적 리듬이다. 무대에서 배우가 파트너의 움직임 리듬을 시각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무대 격투 동작이다. 배우는 파트너의 모든 격투 동작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그와 동일한 템포-리듬으로 동작하려 노력한다. 서로의 호흡과 노력이 맞지 않을 경우 참가자 중 한 사람은 상처를 입는다. 러시아 작가인 오스트롭스키(Ostrovsky)의 연극 중에 이런 장면
이 있다. 젊은 남지는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상처를 받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쓰고 왔던 모자를 집는 순간 여자는 모자를 잡고 "안 줄거야"라고 말하며 아양을 떤다. 그는 모자를 붙잡으려 몇 번 시도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손을 멀리하며 그를 놀린다. 그는 몇 번을 잡으려고 하다가 모자 대신 여자의 손을 잡고 자신의 품으로 당겨 키스를 하게된 것이다. 이 연기에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연기 포인트는 인물의 민첩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우연히 여자의 손을 잡게 되는 것이다. 배우들은 이를 위해 어떤 기술적 과제를 수행했을까? 우선 남자 배우는 모자를 가로채지 않기 위해 그녀를 제 속도로 따라잡으려 하지 않았다. 미리 모자를 붙잡으면 민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나오지 않고, 여자에게 키스할 동기도 없기 때문이다. 여자 배우는 손을 되도록 멀리하고 마지막 동작에서는 그가 그녀의 손을 불잡을 수 있도록 속도를 조금 늦춘다. 두 파트너는 이 부분에서 서로의 템포-리듬을 시각적으로 느끼며 연기한다. 이렇게 드라마 연극에서 템포-리듬을 시각적으로 느끼는 것은 청각적으로 느끼는 리듬보다 더 중요하다. 근육으로 템포와 리듬을 느끼기 - 근육으로 템포와 리듬을 느끼는 경우는 시각과 청각으로 느끼는것보다 휠신 드물지만, 이 리듬에는 무대 책임감이 더 크게 따른다. 무대에서 다섯 명이 햅릿의 시체를 높이 들고 간다. 그들의 손은 위로 뻗었고 눈은 누운 햄릿을 바라보고 있다. 음악도 대사도 없다. 대본의 텍스트에만 의존해 연기해야 하는 이 장면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연기해야 할까? 이런 순간에는 근육을 통해서 상대방 동작의 템포-리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각이나 청각으로는 파트너들의 실직적 신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움직임은 사람의 전정 기관으로 느낀다. 만약 배우들 중 한 사람이라도 근육의 템포-리듬 감각을 느끼지 못하면 이 같은 부분은 연기할 수 없다. 일상에서 근육의 리듬은 사람들이 서로 접촉할때 지각한다. 간단한 예로 여자와 남자가 팔짱을 끼고 다닐 때 그들은 단지 팔짱을 낀 손만으로도 상대방의 속도를 느끼고 걸음을 맞출 수 있다. 주위 환경의 리듬을 근육으로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느낌이며 이런 느낌은 시청각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근육으로 리듬을 느끼는 것은 동작을 하는 근육에 작용하는 무게와도 관계가 있다. 힘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면 무대 연기뿐 아니라 몸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 무대에서 연기할 때 파트너의 동작과 힘을 보거나 듣는 것은 불가능하며, 다만 근육과 상황우로만 느낄 수 있다. 내적인 템포-리듬과 외적인 템포-리듬의 불가분더러 관계 때문에 무대의 법칙대로 올바르게 연기하는 배우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동원한다. 이렇게 몸 전체를 사용하면 적절한 힘, 속도, 인내심, 기민성이 발휘되어 올바른 무대동작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주의, 기억력, 조정 능력은 무대동작의 논리와 순서에 맞는 움직임을 할 수 있게 하고, 용기와 과감성은 동작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
유연성이란 일반적으로 신체 움직임들의 조화를 의미한다. 배우의 유연성이란 무엇보다도 배우가 가진 심리적 기민성, 즉 무대 배경의 작용과 내면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인식해 실제적인 템포-리듬으로 반영할 수있는 능력을 말한다. 유연성은 배우의 표현력을 이루는 기초다. 무대 현실을 인식하는 태도와 실제 태도가 일치하는 생산적인 무대동작들은 배우가 표현력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배우의 재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신체 훈련 수준에 달려 있다. 스타니슬랍스키는 "무대에서 좋은 동작이란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외면적 아름다움이나 유연성, 우아함, 기민성 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담은 논리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며, 질적 수준으로 경제적이고 정확한 신체 동작이다"라고 언급했다. 의미 있는 행동이란 역할이나 각본 상 주어진 상황에서 신체 동작을 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들의 총합이다. 하지만 동작에서 논리와 진실이 있
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력 있게 연기해야 하며 이 표현력은 관객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왜나하면 관객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는 목적을 이루는 데만 초점을 맞취 단순하게 동작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하는 동작의 의미와 논리의 진실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게 연기해야 한다. 표현이 풍부하다는 것은 동작을 통해 무언의 대사를 관객에게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동작을 구성하는 모든 움직임들이 완전히 일치하면서도 움직임이 아름답고, 풍부한 감정이 나타나며,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을 때 관객들의 홍미를 끈다. 인물이 가진 내면의 삶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배우는 동작을 통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 거쳐온 진정한 삶을 표현할 수 있다.
배우는 배역에게 주어진 상황에 의식을 갖고 집중하여 연습한다. 즉, 원인과 목적, 욕구들을 모두 인지하여 인물의 신체 동작을 논리 정연하고 일관성 있는 동작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배역의 적절한 신체 동작의 템포-리듬은 스스로 찾아서 만들어 가는데, 이후에 여러 차례 반복하며 반자동적이 되도록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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