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동작입문1 #2

동작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가 보통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동작도 쪼개면 몇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예를들면 손을 씻는 단순한 동작만 해도 비누를 잡는 것, 물에 적시는 것, 비누칠하는 것, 비누를 제자리로 놓는 것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이런 동작의 섬세한 부분 동작들을 세분화된 동작(단계적 동작)이라고 불렸다. 손 씻기의 단계적 동작은 상당히 많은 움직임을 갖고 있는데 사람은 이런 연속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항상 변화를 보인다. 신체 동작이 가진 고유한 특징은 주어진 순간에 따라 동작의 세분화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우들은 늘 변화무쌍한 무대 위에서 어떤 동작이든 자연스럽게 적용해 나가야만 한다.

사람의 움직임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속성을 지녔다. 러시아의 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세체노프는 사람의 심리 활동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사람의 뇌 활동으로 인해 외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은 한 가지 현상, 즉 근육의 움직임으로 귀결된다. 아기가 장난감을 보고 웃는 것, 가리발디가 조국을 열렬히 사랑했던 자신을 회상할 때 미소를 짓는 것, 소녀가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전율 하는 것, 뉴턴이 위대한 법칙을 발견하고 종이에 쓰는 것 등이 모든 경우 최종적으로는 근육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 Ivan Mikhailovich Sechenov

 

삶에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움직임은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 결과다.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의 형태는 신체의 조직이나 기능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체의 생리학적 특성, 준비성, 기질, 성격, 구체적 느낌과 지각, 주어진 순간에의 적극성, 세계관, 다양한 상황 등이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 모든 요소는 구체적인 동작 형태를 낳지만 사람에게 동작을 하고자 하는 자극을 주는 원인이 있을 경우만 해당한다. 이는 무대 위의 움직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움직임에 심리와 물리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우리는 사람의 모든 움직임을 목적에 따라 이동의 움직임, 일상생활의 움직임, 의미적 움직임, 표현하는 움직임, 무언의 움직임(팬터마임적)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상황에 다라 여러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동일한 움직임이라도 생각을 거쳐 표현하기도 하고 또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등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어서 움직임이 구체적인 형태를 만났을 때 동시에 두 개, 혹은 세 개 분류에 속할 수 있고 다른 분류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사람의 행동에서 매우 다양한 기능들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움직임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의식적인 것에서 반자동, 자동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다. 무대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설명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분류에 따라 그룹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자.

이동 움직임은 먼저 일상생활 속의 단순한 동작들과 관련한 움직임을 말하며 그 자체로는 동작이 아니지만 동작의 필수 구성 요소다. 이것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습득하는 움직임으로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반자동화되기도 하며 가끔 기계적(자동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동 움직임의 반복된 연습을 통해 움직임을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표출한다면 인물의 성격에 맞는 적합한 동작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 일반적인 위치 이동 : 걷기, 달리기, 점프 등

- 신체 자세를 만드는 움직임 : 앉는 자세, 서는 자세, 눕는 자세 등

- 단순한 일상생활 동작 : 먹기, 마시기, 던지기, 붙잡기, 주고받기 등

 

무대에서 이동 움직임은 인물의 민족성, 성별, 연령, 기질, 성격, 신분, 직급 등의 사회적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며 인물의 태도, 걷는 모양, 앉는 자세, 생활 상의 단순한 동작 등으로 표현된다. 사람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사회적 관습, 일반적 에티켓, 의상, 유행, 주거 구조 및 인테리어, 생활 물품의 형태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은 인물의 특징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재료가 된다. 배우는 신체 동작을 구성하는 형태에 필요한 개념을 만들 때 이 재료들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그 인물의 사소한 일상과 과거의 역사적 자료를 모두 습득한 후에야 보다 창의적이고 확실한 표현이 가능하다.

일상생활의 움직임은 너무나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나열하기가 불가능하다. 생활에서 나타나는 필수적인 움직임이 사람의 신체 행동의 기초를 이루면서 매일 반복되고 그 형태도 변한다. 그래서 이 분류의 움직임은 주요 생활 움직임과 보조 생활 움직임(배경 움직임)으로 나눌 수 있다. 배우는 사실상 주요 움직임을 통해 맡은 배역의 신체 행동 논리와 연속성을 표현한다. 그래서 관객은 배우의 주요 움직임들을 잘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조 움직임은 주요 움직임을 편하고 쉽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방장이 감자를 썰 때 자르는 움직임은 주요 움직임이 되고 몸과 머리의 자세, 칼을 드는 방법 등이 보조 움직임이 된다. 일반적인 신체 행동은 보조 움직임과 주요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거나 어울리기 때문에 보조 움직임이 없이는 행동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주요 움직임과 보조 움직임 사이에는 과학적인 몸의 신경 기능이 작용한다. 찻잔을 잡는 단순해 보이는 동작도 손만 쓰는 것 같지만 실제로 몸통과 목, 다리의 보조 움직임이 필요하며 온몸이 찻잔을 잡기 위한 동작에 관여한다.